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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후기 - 김고은 박지현 출연

라.보엠 2025. 10. 31.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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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보엠입니다.

넷플릭스에서 9월 12일 공개된 드라마 '은중과 상연'을 보고 왔습니다. 김고은박지현 주연의 이 작품은 조영민 감독송혜진 작가가 의기투합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10대부터 시작된 두 친구의 30년 서사를 그려냅니다. 공개 일주일 만에 넷플릭스 한국 시리즈 부문 1위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은 이 드라마는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섬세한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진한 여운이 남는 메시지까지, 솔직한 후기를 남겨봅니다.

은중과 상연 마흔셋, 마지막 여정의 동행 부탁

 

드라마는 조금 특별한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드라마 작가로 살아가는 류은중 앞에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지냈던 친구 천상연이 나타납니다. 그것도 말기암 진단을 받았으니 스위스 조력사망 여정에 동행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말이죠. 절교한 친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달라니, 이 모순적인 상황이 얼마나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은중은 단칼에 거절하고 돌아서지만, 그 순간부터 30년간 얽히고설킨 두 사람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하죠. 1992년 초등학생 시절부터 대학, 사회인을 거쳐 40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미워했는지가 한 겹 한 겹 드러납니다.

동경과 질투 사이, 복잡미묘한 우정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두 친구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은중은 부유하고 뭐든 잘하는 상연에게 열등감을 느꼈고, 반대로 상연은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은중을 질투했습니다. 특히 상연이 자신의 엄마와 오빠마저 은중을 더 사랑한다고 느끼며 결핍에 빠지는 과정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아이가 한 번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이 그렇게 돼 버리는 거야"라는 대사가 유난히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둘은 같은 사진 동아리 선배 김상학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경쟁 관계로 얽히고, 시기와 오해는 결국 10년간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동시에 가장 미워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관계가 리얼하게 그려집니다.

한 편의 소설처럼 읽어나가는 15부작

 

'은중과 상연'은 요즘 트렌드인 빠른 전개와는 거리가 멉니다. 15부작이라는 긴 호흡으로 두 인물의 10대부터 40대까지를 느리게, 하지만 틈 없이 채워나갑니다. 이 드라마를 본 많은 시청자들이 "장편 소설 한 권을 읽은 것 같다"는 평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극 중 은중이 상연과의 이야기를 각본으로 써 내려가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어, 마치 소설책을 펼쳐놓고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나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조영민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정 연출과 송혜진 작가의 흡인력 있는 필력이 만나 완성도 높은 서사를 구축해냈습니다. 다만, 이러한 느린 전개가 일부 시청자에게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후반부 편지 한 장으로 용서하는 전개가 급진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나이대를 살아내는 배우들의 열연

 


김고은과 박지현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또 다른 백미입니다. 두 배우는 10대부터 40대까지 각 나이대의 모습을 마치 진짜처럼 살아냅니다. 김고은은 20대 초반 연기를 위해 6kg을 찌웠다고 하더라고요. 20대 대학생 때는 풋풋하고 통통한 볼살이 귀엽게 느껴지다가, 40대에서는 연륜이 묻어나는 성숙한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특히 박지현의 연기는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친구를 사랑하지만 시기심에 그를 파괴해버리는 마음, 이기적이고 위태로우면서도 한없는 열등감으로 가득 찬 상연의 처연한 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냈죠. 40대 상연을 연기할 때 입은 옷과 악세서리를 사비로 구매했다는 에피소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10대를 맡은 아역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진 동아리 매직아워,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게 취미라 이 드라마가 더 와닿았습니다. 대학 사진 동아리 '매직아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필름 카메라를 사랑했던 그 시절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담아냅니다.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지에 한 장 한 장 프린트하던 그 과정이 얼마나 설레고 또 번거로웠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겁니다. 저는 니콘 FM2로 사진을 처음 배웠는데 필름 카메라로 찍고, PC 통신 하이누리로 소통하던 90년대 대학생들의 모습이 레트로를 넘어 하나의 시대상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상학 선배가 로버트 카파의 스페인 내전 사진을 주제로 세미나를 발표하다 상연에게 털리는 장면은 사진을 진지하게 다루던 동아리 문화를 보여줍니다. 콘티를 직접 그리는 촬영감독의 모습, 사진전 준비 과정 등 세밀한 디테일들이 몰입감을 더해줍니다.

사진 동아리의 추억 -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

사진 동아리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 하면 2002년 개봉한 '오버 더 레인보우'가 떠오릅니다. 이정재, 장진영 주연의 이 영화 역시 대학 사진 동아리 선후배 간의 사랑을 그렸습니다. 저도 봄마다 챙겨보는 영화중에 하나입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주인공이 동아리 친구였던 여자 주인공의 도움으로 과거를 되살리는 과정이 '은중과 상연'과 묘하게 겹칩니다. 두 작품 모두 대학 동아리라는 공간에서 시작된 관계가 성인이 된 후 재회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오버 더 레인보우'가 기억을 잃은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애틋한 멜로에 집중했다면, '은중과 상연'은 동성 친구 간의 복잡한 감정선과 질투, 동경, 열등감을 더 깊이 파고듭니다. 사진이라는 매개체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점에서는 두 작품 모두 아날로그 감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 이정재 장진영 출연 - 프리지아 봄비와 함께 찾아오는 봄 영화

안녕하세요 라보엠입니다.저는 아직 패딩을 입고 다니지만, 꽃 가게를 지나다 프리지아를 파는 것을 보면서, 봄이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프리지아 한 단을 샀습니다

bom.la-bohe.me

 

맺음말

'은중과 상연'은 화려한 액션이나 통쾌한 반전이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대신 두 친구의 복잡한 감정을 한 겹 한 겹 풀어내며,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전해줍니다. 마지막 밤, 호텔 침대에 누워 은중이 상연에게 "다 네 덕분이더라"라고 말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겁니다. 원망이 아닌 고마움으로 소중한 이를 보내는 과정이 눈물겹게 다가오더라고요. 김고은도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 이 장면이 위로이자 눈물 버튼이 됐다"고 밝혔죠.

 

15부작이라는 긴 호흡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게 됩니다. 10~30대 서사가 쌓이는 과정은 다소 힘들지만, 함께 견뎌낸 뒤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는 특별합니다.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은중과 상연'과 함께,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아했고 또 가장 미워했던 그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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