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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9명의 번역가 영화 후기

라.보엠 2025. 11. 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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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라보엠입니다.

레지 루앙사르 감독의 프랑스 스릴러 영화 '9명의 번역가(Les Traducteurs)'를 보고 왔습니다. 2019년 프랑스에서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던 이 작품은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인페르노'를 번역할 당시 번역가 11명이 밀라노의 지하 벙커에 갇혔다는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9개국 언어의 최고 번역가들이 폐쇄된 공간에 갇혀 서로를 의심하는 클래식한 밀실 미스터리이면서도, 출판 산업의 어두운 면과 창작자 권리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영화입니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예측 불가능한 반전, 그리고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의 매력을 살펴보겠습니다.

실화에서 시작된 밀실 미스터리

 

밀실 미스터리는 많은 추리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하지만 '9명의 번역가'가 특별한 이유는 인페르노라는 인기 소설의 번역 과정에서 실제 있었던 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댄 브라운의 소설처럼 전 세계적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되는 베스트셀러들은 스포일러 유출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보안을 취합니다. 번역가들을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 격리시키고, 인터넷도 막고, 원고의 일부만 제공하는 방식이죠. 영화는 이러한 실제 관행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스릴러를 만들어냈습니다. 다 갇혀 있고 인터넷도 막혀 있는데, 어떻게 협박을 하고 출간되지 않은 소설을 유출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다가, 후반에서 풀리는 미스터리가 기가 막혔습니다.

알렉스 굿맨 - 치밀한 복수의 설계자

알렉스 굿맨

주인공 알렉스 굿맨을 맡은 배우는 최근 '에이리언: 어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알렉스 로우더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숨긴 진짜 작가가 번역가로 위장해서 탐욕스러운 출판사 대표를 응징하는 전개는 소설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그는 출판사 대표 에릭 앙스트롬의 탐욕에 맞서 정교한 계획을 세웠고, 그 계획은 거의 완벽하게 실행됩니다. 아쉽게도 그 과정에서 몇 명의 희생자가 나오긴 했지만, 소설만큼이나 대단한 설계였다고 느껴졌습니다. 작가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그의 투쟁은, 창작자의 권리라는 보편적 주제로 확장됩니다.

에릭 앙스트롬 - 탐욕에 잠식된 출판인

에릭 앙스트롬

출판사 대표 에릭 앙스트롬은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그는 작은 출판사에서 시작해 좋은 작품들을 발굴하고 잘 키워낸 능력 있는 출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에게 잠식당하면서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며 인과응보를 당합니다. 주인공이 그에게 응징을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번역가들을 가축처럼 생각하는 앙스트롬은 자신의 작품을 여러 언어로 번역해주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주인공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인물이죠. 그는 출판 산업에서 자본의 논리가 창작자의 권리를 어떻게 짓밟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스템의 희생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인 복합적 인물입니다.

번역가, 또 다른 창작자

영화는 번역가라는 직업의 중요성을 조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영화 번역가 황석희가 유명한데, 그의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번역이라는 작업은 기계적인 언어의 변환이 아니라 또 다른 작품을 쓰는 것과도 같습니다. 원작의 뉘앙스, 문화적 맥락, 작가의 의도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번역가는 창조적 해석을 해야 하죠. 작년 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 데 영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한국에서도 번역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9명의 번역가들은 각자의 언어로 '디덜러스'를 재창조하는 예술가들이며, 그들의 노고가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9명의 번역가들


영화에는 그리스어, 덴마크어, 러시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포르투갈어를 구사하는 9명의 번역가가 등장합니다. 각 번역가는 자국의 문화적 배경을 대표하며,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이는 번역이 단순한 언어 전환이 아니라 문화적 번역이기도 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밀실에 갇힌 9명의 번역가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하는 과정은 단순히 범인 찾기를 넘어서, 서로 다른 문화와 관점의 충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력해야 하며, 이는 글로벌 출판 산업에서 번역가들의 연대 필요성을 암시합니다.

 

9명의 번역가들

 

9명의 번역가들

창작자의 권리, 여전히 중요한 문제

댄 브라운의 소설 '인페르노' 번역 과정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만큼, 보안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업자들의 인권이나 작업 환경도 그 작품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창작자를 감금하다시피 하는 극단적 보안 조치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던지죠. 그리고 출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창작자가 없으면 모든 작품이 없듯이 창작자의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구름빵' 분쟁 등 저작자의 권리가 여전히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창작자의 권리가 잘 보장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스릴러라는 장르를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밀실에서 펼쳐지는 심리전

9명의 번역가들

영화의 대부분은 폐쇄된 저택의 지하 벙커에서 진행됩니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9명의 번역가들은 점차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죠. 누가 원고를 유출했는가, 누가 협박범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클래식한 밀실 미스터리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번역가라는 독특한 직업군을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더합니다. 특히 덴마크 번역가 헬렌이 자살하는 충격적인 전개는 상황이 얼마나 극단으로 치닫는지를 보여줍니다. 앙스트롬이 번역가들에게 총을 쏘는 장면 역시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숨 막히게 만듭니다.

9명의 번역가들


영화는 범인 찾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알렉스 굿맨이 정체와, 그리고 그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가 드러나는 마지막 반전까지, 영화는 여러 층위의 반전을 겹겹이 쌓아 올립니다. 관객이 진실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는 추리 소설의 쾌감을 영화적으로 잘 구현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며 전체 그림이 선명해지는 과정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9명의 번역가 볼 수 있는 곳

현재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9명의 번역가 다시보기 | 키노라이츠 #리뷰 #평가

Les traducteurs(2022) 화제의 베스트셀러 디덜러스. 이 책의 마지막 장 출판을 위해 9개국의 번역가들이 고용된다. 결말 유출을 막기 위해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지하 밀실에서 작업을 시작한 그들. 하

m.kinolights.com

 

맺음말

'9명의 번역가'는 긴장감 넘치는 밀실 미스터리이면서도, 창작자의 권리와 번역가의 위상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실화에 기반을 둔 설정은 흥미를 더하고, 예측 불가능한 반전은 관객을 끝까지 몰입하게 만듭니다. 알렉스 굿맨의 치밀한 복수 계획과 에릭 앙스트롬의 비극적 몰락은 출판 산업에서 자본과 창작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번역가들을 가축처럼 다루는 앙스트롬과, 번역가들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의 대비는 창작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황석희 번역가의 책이나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서 알 수 있듯이, 번역가는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또 다른 창작자입니다. 그들의 노고와 권리가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한국의 '구름빵' 분쟁처럼 창작자의 권리가 여전히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더욱 의미심장합니다. 보안도 중요하지만 창작자의 인권과 작업 환경도 그만큼 중요하며, 창작자가 없으면 모든 작품이 존재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상기시킵니다.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 출판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 그리고 창작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밀실 미스터리의 재미와 함께 깊이 있는 메시지를 경험할 수 있을 거에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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