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VE]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 후기 - 마츠 타카코의 서툰 청춘의 풍경
안녕하세요, 라보엠입니다.
오늘 가져온 영화는 일본 멜로 영화의 거장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하고, 당대 가장 풋풋하고 싱그러운 매력을 발산하던 배우 마츠 타카코가 주연을 맡은 영화 <4월 이야기>입니다. 얼마전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 레터를 보고 4월 이야기도 못봤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 WAVVE 를 잠시 볼 수 있게되어 영화를 바로 감상했습니다. 이 작품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4월의 도쿄를 배경으로 삼아, 대학 진학이라는 꿈을 안고 홀로 낯선 대도시로 첫발을 내디딘 스무 살 청춘 우즈키의 일상을 투명하고 감성적인 프레임으로 천천히 포착해 나갑니다.

메지로 정원의 추억을 소환하는 미장센과 부서진 우산의 강렬함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장면 중에서 눈처럼 사방으로 휘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일본 전통 결혼 복장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신부의 모습은 스크린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운 미장센을 선사합니다. 이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과거 일본 도쿄 여행을 떠났을 때 우연히 방문했던 메지로 정원의 고즈넉한 풍경과 그곳에서 잠시 쉬어가던 순간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오버랩되었습니다. 당시 정원 한구석에서 정성스러운 전통 의상을 입고 웨딩 촬영을 진행하던 어느 커플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영화 속의 감각적인 연출이 그 시절의 사적인 추억을 그대로 스크린 위로 소환해 주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세찬 빗속의 우산 씬은 이 작품의 메인 포스터로 사용될 만큼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기는데, 완벽하고 예쁜 모양의 우산이 아니라 바람에 사정없이 꺾이고 망가진 우산 사이로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환하게 웃던 주인공의 모습이 유독 가슴 깊이 남습니다.


서점의 사다리 위 시점에서 빛나던 마츠 타카코의 눈빛

주인공 우즈키를 연기한 배우 마츠 타카코는 오직 첫사랑이자 짝사랑하는 선배 하나만을 바라보고 고향을 떠나 그가 다니는 도쿄의 대학교에 진학할 만큼 무모하면서도 지독하게 순수한 영혼을 지닌 인물입니다. 영화는 일반적인 장편 영화의 호흡과 다르게 67분이라는 굉장히 짧은 러닝타임이라는 이 이례적인 짧은 시간 안에 사랑을 위해 삶의 터전을 옮긴 우즈키의 진심과 도쿄라는 거대하고 외로운 도시 생활의 쓸쓸한 대비를 아주 밀도 높게 담아냈습니다. 대학 동기나 이웃 주민 등 주변의 낯선 타인들과 관계를 맺어갈 때마다 시종일관 서툴고 순진한 면모를 보여주는 그녀의 연기는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간지럽히기에 충분합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후반부에 등장하는 동네 서점 장면인데, 선배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서점 내부에서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꽂힌 책을 꺼내달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한 뒤에 선배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우즈키의 떨리는 눈빛은 서툰 청춘의 설렘 그 자체를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습니다.

망가진 우산이 말해주는 사랑의 무게 그리고 청춘의 힘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며 우즈키가 다소 부족했던 학업 성적을 악착같이 극복하고 필사적으로 공부해서 도쿄로 상경한 진짜 이유가 선배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 넓고 막막한 도쿄에서 마침내 동경하던 사람을 찾아내고 상대방이 나를 알아채 준 순간의 감동은 실로 대단하게 다가옵니다. 두 사람이 마주한 순간 하늘에서 쏟아지는 세찬 빗줄기와 선배에게 겨우 건네받은 다 부서진 우산은 어쩌면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사랑이나 현실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현실 속에서 그 남자에게 받을 수 있는 구원이나 위로란 고작 부서진 우산처럼 보잘것없고 험난한 여정을 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청춘의 한가운데에 당당히 서 있는 주인공은 그 망가진 우산 하나를 머리에 대충 쓴 것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비록 최초의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했을지라도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열렬히 쫓아 고군분투했던 그 시절의 에너지는 어른이 된 지금의 인생을 지탱하는 가장 큰 정신적 자산이 되어줍니다. 돌이켜보면 청춘이 가지는 무모한 힘이란 정말로 위대하고 대단한 것 같습니다

맺음말
이와이 슌지 감독이 스크린이라는 캔버스 위에 맑게 풀어놓은 투명한 수채화 같은 도쿄의 봄 풍경은, 우리 모두가 가슴 깊은 구석에 묻어두었던 서툰 첫사랑의 감정과 치열했던 청춘의 기억을 아련하게 두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유난히 마음이 답답하거나 따스한 봄날의 감성과 잔잔한 서정성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오늘 밤 WAVVE 를 통해 4월 이야기를 재생하여 주인공 우즈키가 흘려보낸 찬란한 스무 살의 시간에 흠뻑 빠져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월 이야기 다시보기 | 키노라이츠 #리뷰 #평가
四月物語(1998) 벚꽃잎이 흩날리는 4월, 대학 입학과 함께 홋카이도에서 도쿄로 상경한 니레노 우즈키.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새로운 친구들과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며 자신만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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