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19. 22:48ㆍMedia./Film
안녕하세요, 한스입니다.
이번달에는 어제 끝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주말에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작품 파이널 레코닝, 안도르 시즌2 등 뭔가 마무리 되는 작품들이 많네요. 그래도 새로운 작품은 또 나오고, 우리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난 주말에 미션 임파서블 마지막 작품을 보고 뭔가 후련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주말동안 쿠팡플레이를 통해 한 작품을 봤는데요 추락의 해부 - Anatomy of a Fall(2023) 라는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2024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이 연출한 프랑스 영화로, 법정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한 가족의 상실과 해체, 그리고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차갑고 집요하게 파고들며,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여운을 남겼습니다.
설원 위의 핏자국, 그리고 시작되는 해부
영화는 설원 위에 누워 있는 남편의 시체와 한 줄기 핏자국으로 시작합니다. 이 강렬한 오프닝은 곧장 관객을 사건의 한가운데로 끌어들입니다. 작가 산드라의 남편 사뮈엘이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산드라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 다니엘만이 현장에 있었지만, 그는 결정적인 목격자가 되지 못합니다. 영화는 이 가족에게 닥친 비극의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가족의 내밀한 상처와 감정까지도 낱낱이 해부합니다.
추락의 해부는 표면적으로는 ‘남편의 죽음이 자살인가, 타살인가’라는 미스터리를 따라가지만, 실상은 가족의 해체와 인간 심리의 균열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는 산드라의 유죄 혹은 무죄를 명확히 밝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법정에서 오가는 증언과 반박, 그리고 각 인물이 가진 주관적 진실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그리고 법이 그 불완전함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더 큰 관심을 둡니다. 진실이란 결국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영화는 차갑고도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해부되는 관계, 무너지는 가족
영화의 핵심은 한 가족의 내밀한 균열입니다. 아들의 시력 상실이라는 불행한 사고, 그로 인한 남편의 상실감과 우울, 그리고 부부 사이에 쌓여온 감정의 골이 사건의 배경이 됩니다. 산드라는 작가로서 남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도 하고, 양성애자라는 사생활까지 법정에서 낱낱이 드러나며 인격적 해부의 대상이 됩니다. 법정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기보다, 한 인간과 가족의 내면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이 과정에서 산드라와 아들, 그리고 이미 세상을 떠난 남편까지도 모두 상처받고, 가족은 완전히 해체될 위기에 놓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어린 아들 다니엘의 시선입니다. 그는 엄마를 보호해야 할지, 아니면 아빠를 배신하는 것인지 끝없이 갈등합니다. 법정에서는 그의 증언이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그 역시 진실을 온전히 알지 못한 채 어른들의 논리에 휘둘립니다. 영화는 다니엘의 방황과 성장, 그리고 마지막에 내리는 선택을 통해, 진실이란 결코 단순하지 않으며, 때로는 사랑과 믿음, 상처와 용서가 뒤엉킨 복잡한 것임을 조용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감정의 절제와 배우들의 명연기
산드라 휠러가 연기한 산드라는 미소 한 번 짓지 않는 차가움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 고통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영화는 과장된 감정 표현 대신 절제된 대사와 표정, 그리고 침묵의 순간들로 인물의 내면을 드러냅니다. 법정에서 산드라가 검사에게 몰아붙임을 당하는 장면, 아들 다니엘이 엄마를 의심하는 눈빛을 보내는 장면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산드라 휠러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에서도 주연을 맡았는데, 조만간 이 작품도 볼 생각입니다. (티빙 체험때 봤어야했는데 ㅠㅠ)
개인적으로는 산드라의 변호사 뱅상 역을 맡은 스완 아를로의 분위기가 너무 멋졌습니다. 눈은 뭔가 동양인같으면서도 프랑스인만 뿜어낼 수 있는 아우라가 있습니다.
진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재판과정에서 사건 전날 남편과 아내가 말다툼을 하는 녹음파일이 발견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실마리가 되지만, 끝내 진상은 밝혀지지 않습니다. 결말에서 산드라의 무죄가 입증되지만, 영화는 끝내 남편의 죽음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내리지 않습니다. 이미 가족의 사적인 상처와 비밀은 모두 해부된 뒤입니다. 무엇을 위한 재판이었는지, 그리고 남겨진 가족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그 공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추리극의 형식을 벗어나 인간 존재와 가족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깁니다.
영화 추락의 해부 볼 수 있는 곳
현재 쿠팡플레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추락의 해부 다시보기 | 키노라이츠 #리뷰 #평가
Anatomie d'une chute(2023) <시빌>(2019)에 이어 쥐스틴 트리에는 외형과 소리, 진실과 거짓, 현실과 환상으로 구성된 퍼즐같은 스릴러를 연출했다. 산드라와 사뮤엘은 시각 장애가 있는 아들 다니엘과
m.kinolights.com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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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oupangplay.com
맺음말
영화 추락의 해부는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과 가족을 해부하는, 차갑고도 슬픈 드라마입니다. 법정 스릴러의 형식을 빌렸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인간의 불완전함과 삶의 복잡함,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이들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입니다. 결백의 실마리는 끝내 밝혀지지 않지만(어쩌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감정의 잔해와 상처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가족의 해부, 진실의 해부, 그리고 인간의 해부. 이 영화는 진실보다는 진실을 다루는 현대사회의 방식에 의문과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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