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스입니다.
1995년, 카우보이 인형과 우주 전사가 처음 우리 곁으로 찾아왔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낡은 방 안에서 시작된 앤디와 장난감들의 이야기는 어느덧 3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지나왔습니다. 3편에서 대학으로 떠나는 앤디의 손을 흔들며 흘렸던 뜨거운 눈물, 그리고 4편에서 마침내 주인을 떠나 스스로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던 우디의 뒷모습을 보며, 우리는 분명 ‘이것으로 토이스토리는 완벽한 마침표를 찍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6월 개봉 당시 아쉽게 극장 관람을 놓쳤지만, 다행히 9월 25일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덕분에 이번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집에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장난감들의 세계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고, 그들이 건네는 인사는 여전히 다정했습니다. 오늘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영화 토이스토리 5를 보고 온 솔직한 감상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토이스토리5 주인공들

세대교체와 눈부신 관록: 뒤로 물러선 영웅들과 전면에 나선 제시

토이스토리5 제시의 활약

이번 5편에서 가장 돋보이는 서사적 결단은 바로 ‘세대교체’입니다. 그동안 시리즈의 굳건한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었던 우디와 버즈는 이번 작품에서 이른바 ‘올드보이’로서 한발 뒤로 물러납니다. 대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제시’입니다.전자기기에 푹 빠져버린 보니의 마음을 다시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극의 전면에 나서는 제시의 모습은 무척이나 주체적이고 역동적입니다. 그렇다고 우디와 버즈의 존재감이 옅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보니의 곁을 떠나 집 밖 멀리까지 벗어나 위기에 처한 제시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한번 힘을 합치는 두 오랜 영웅의 모습에서는 세월이 만들어낸 묵직한 ‘관록’이 느껴집니다. 전면에 나서서 사건을 주도하지 않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후배 세대를 든든하게 뒷받침해 주는 이들의 성숙한 모습은 30년을 함께해 온 팬들에게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아날로그 장난감과 스마트 기기의 공존

이번 5편이 던지는 화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조차도 아이패드나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없이는 단 하루도 생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손으로 만지고 부딪히며 상상력을 키우던 아날로그 장난감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차가운 스크린이 대체해 버린 씁쓸한 현실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영화는 ‘릴리패드’라는 전자기기를 등장시켜 이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룹니다. 초반에는 장난감들과 전자기기 사이의 피할 수 없는 대립이 그려지지만, 픽사는 이를 배척이나 과거에 대한 맹목적인 향수로 소비하지 않았습니다. 릴리패드와 버즈가 드론을 활용하여 협력하는 기발한 장면은 변화한 시대상을 영리하게 반영한 백미였습니다. 결국 화려한 전자기기도, 낡은 솜인형도 종국에는 ‘아이들의 꿈과 창의력을 키우는 좋은 친구’라는 하나의 숭고한 목표 아래 훌륭한 협력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게, 그리고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토이스토리5 릴리패드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 눈부신 확장

이전의 토이스토리 3편의 완벽한 이별과 4편의 독립적인 자아 찾기를 지나온 이 시점에서 과연 더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습니다만, 5편은 보란 듯이 그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테마를 넘어,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 환경(전자기기) 속에서 장난감이라는 존재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를 잘 전달하고있습니다. 좋은 친구란 무엇인지, 그리고 시대가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이야기의 확장은 여전히 너무나 매력적이며, 이 시리즈가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답을 해주었습니다.

토이스토리5 주인공들

잊을 수 없는 명장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제시의 서사와 음악

이번 작품에서 단연 가슴을 울렸던 순간을 꼽자면, 제시의 서사와 함께 흐르던 음악이었습니다. 과거 2편에서 제시의 슬픈 과거와 함께 흘러나와 많은 이들을 울렸던 사라 맥라클란의 “When She Loved Me”. 이번 5편에서도 제시의 감정선 뒤로 조용히 흘러나오는 이 테마송은, 어린 시절 우리 곁을 지켜주었던 낡은 추억들을 단숨에 소환해 냅니다. 특히

“보니는 어른이 되어 가는 거야.
언제 어떻게 어른이 될지는 우리가 결정할 문제가 아냐.
그 여정에 우리가 도움이 됐다면
우린 할 일을 한 거야.”

이라는 제시의 덤덤하면서도 확신에 찬 대사는 묵직하게 가슴을 울립니다. 사랑받는 것에만 머물렀던 장난감이 어느덧 주인을 품어주고 놓아줄 줄 아는 성숙한 존재로 자라난 이 장면은, 이번 5편이 남긴 가장 먹먹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토이스토리 OST] When she loved me

맺음말

어른이 된 우리의 텅 빈 마음을 안아주는 픽사의 마법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는 묘한 안도감과 뭉클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토이스토리 5는 아이들을 위한 만화영화가 아닌, 팍팍한 현실 속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과 꿈을 까마득히 잊고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을 향한 다정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화면 너머로 잊혀가던, 하지만 언제나 우리 곁에서 말없이 꿈과 희망을 키워주었던 나의 오래된 장난감들에게 새삼스러운 고마움을 느끼게 해 준 이 작품. 이토록 훌륭하게 시대와 호흡하며 진화하는 시리즈라면, 기쁜 마음으로 다음 편을 기대하며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요?

토이스토리5 포스터

오랜 친구들의 귀환이 궁금하시다면,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그 따뜻한 온기를 직접 마주해 보시길 권합니다.

토이스토리5 볼 수 있는 곳

토이스토리5는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