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8. 17:00ㆍScreen./Film
안녕하세요, 라보엠입니다.
셀린 송 감독의 신작 '머티리얼리스트(The Materialists)'가 넷플릭스에 빠르게 올라와 보고 왔습니다. 개봉이 2025년 8월 8일이었으니 딱 3개월만이네요.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셀린 송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장편 영화로, 다코타 존슨, 크리스 에반스, 페드로 파스칼이라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죠. 뉴욕의 결혼정보회사를 배경으로 사랑과 조건, 물질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현대적 로맨스 코미디이면서도,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의 매력을 파헤쳐봅니다.
제목이 속인 진짜 이야기
'머티리얼리스트'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물질주의 캐릭터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거라 예상했습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며 키 180cm, 연봉 8만 달러 이상 같은 조건들을 숫자로 계산하는 주인공 루시의 모습이 초반에는 그런 인상을 주기도 하죠.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루시는 단순한 물질주의자가 아님이 드러납니다. 오히려 그녀는 사람과 삶을 물질과 숫자로만 바라보려 애쓰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사람의 내면과 진정한 사랑을 더 갈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화려하고 부족할 것 없는 돈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가 영화 전반에 스며들어 있더라고요. 제목은 물질주의를 말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그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만든 진정성
셀린 송 감독은 실제로 뉴욕의 결혼정보회사에서 6개월간 커플 매니저로 일했던 경험을 이 영화에 녹여냈습니다. 사랑을 조건과 숫자로 계산하는 현실을 직접 목격했고, 그 경험이 영화에 생생한 진정성을 부여합니다. 키, 연봉, 학력, 직업 같은 스펙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매칭하는 시스템, 그 안에서 일하는 루시의 내면적 갈등은 감독 자신의 고민이기도 했을 겁니다. 영화는 이러한 자전적 요소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결혼 시장을 냉정하게 조명하면서도, 결국 사랑의 본질을 묻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습니다.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사랑과 결혼에 조건이 필요한가"입니다. 돈 때문에 결혼하고 불행하다면 그게 맞는 일일까요. 당연히 아닐 겁니다. 물론 결혼과 가정을 이루는 데는 돈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루시 같은 상황이면 누구라도 해리를 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행해지더라도 돈을 택하게 되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처럼 물질주의를 보여주면서도 묻습니다. "어떤 걸 선택할래?" 그리고 감독은 정답을 제시합니다. "물질이 아니야." 저는 그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물론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둘 다 겪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존과 해리, 두 남자 사이의 선택
영화의 핵심은 루시가 마주한 두 남자의 선택입니다. 무명배우이자 웨이터로 일하는 전 남친 존(크리스 에반스)과, 완벽한 조건을 가진 부호 해리(페드로 파스칼). 페드로 파스칼이 연기한 해리는 당연히 멋진 남자입니다. 풍족한 돈으로 여유롭고 삶을 멋지게 보이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죠. 하지만 그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속 빈 강정처럼 겉만 화려할 뿐 진정한 감정의 교류는 없었던 거죠. 반면 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한 존은 돈은 부족하지만, 루시의 표정 하나만 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내면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돈은 벌면 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는 능력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죠.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존을 선택한 루시의 결정은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셀린 송 감독만의 독특한 시선과 프레임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에서도 느꼈지만, 셀린 송 감독의 시선은 독특합니다. 아직 많은 작품을 연출한 것도 아닌데 감독만의 시선과 프레임이 개성이 강하다고 느꼈어요.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주인공들의 대화, 뉴욕 건물들을 배경으로 하는 프레임, 한적한 시골에서의 결혼식을 통해 보여지는 목가적 풍경 등이 감독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어떤 공간들을 좋아하는지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특히 뉴욕의 모습을 담는 방식이 인상적이더라고요. 높은 연봉이 아니면 살기 힘든 도시지만, 어쨌든 뉴욕에서 살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감독은 도시의 화려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데 탁월합니다.

패스트 라이브즈와의 연결, 그리고 진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변화구였다면, '머티리얼리스트'는 직구입니다. 두 작품 모두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지속되는가"라는 화두를 던지지만, '머티리얼리스트'는 더 직접적으로 그 질문에 다가갑니다. '패스트 라이브즈'가 시간과 거리, 운명과 선택에 대한 서정적인 명상이었다면, '머티리얼리스트'는 현대 사회의 결혼 시장과 물질주의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말하지 않은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감독의 강점은 동일합니다. 셀린 송은 단 두 편의 영화로 자신만의 시네마틱 언어를 구축해가고 있습니다.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 보편적 질문
영화는 선사시대 원시인들의 결혼 장면으로 시작해 현대 뉴욕의 결혼정보회사로 이어지는 독특한 오프닝을 보여줍니다. 이 구성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가 인류 보편의 것임을 시각적으로 제시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형태가 달라져도, 결국 인간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 하고, 그 과정에서 조건과 감정 사이에서 고민합니다. 원시시대나 21세기나 본질은 같다는 것이죠. 이러한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선이 영화에 보편성과 깊이를 더합니다.
머티리얼리스트 볼 수 있는 곳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머티리얼리스트, 지금 시청하세요 | 넷플릭스
매칭 매니저 루시에게 연애는 곧 과학이었다. 그러나 멋진 재력가와 사귀는 한편으로 무일푼 순애보인 전 남친과 재회하면서, 그간 믿었던 연애 공식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다.
www.netflix.com
맺음말
'머티리얼리스트'는 제목이 암시하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깊이 있는 영화입니다. 물질주의를 비판하면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가치를 긍정합니다. 루시가 마주한 선택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조건과 감정, 현실과 이상, 머리와 마음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영화는 명쾌한 답을 주기보다는,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셀린 송 감독 특유의 시선과 프레임, 뉴욕이라는 도시가 주는 매력, 그리고 세 배우의 호연이 어우러져 완성도 높은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돈은 벌면 되지만 사람의 마음을 보는 능력은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메시지가 진하게 남는 영화입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사랑했던 분들, 현대적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삶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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