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30. 23:11ㆍScreen./Film
안녕하세요, 라보엠입니다.
넷플릭스에서 10월 24일 공개된 정치 스릴러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A House of Dynamite)'를 보고 왔습니다. '허트 로커', '제로 다크 서티'로 아카데미를 석권했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2017년 '디트로이트' 이후 무려 8년 만에 선보이는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던 작품입니다. 제82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도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과연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요.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긴장감과 리얼리티, 그리고 다소 논란이 되고 있는 구성까지, 솔직한 후기를 남겨봅니다.

출처 불명의 미사일, 단 18분의 선택
영화는 평화로운 어느 아침, 출처 불명의 미사일 한 발이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온다는 충격적인 설정으로 시작됩니다. 누가, 왜 쐈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백악관 상황실과 펜타곤, 미사일 방어 시설에서는 극도의 혼란이 펼쳐지고, 대통령은 보복 공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이하죠.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이 위기의 18분을 실시간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숨 막히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핵 미사일이라는 극단적인 위협 앞에 놓인 인간의 무력함과 시스템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개의 시점, 반복되는 악몽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지점은 3연작 구조로 불리는 내러티브 방식입니다. 같은 18분의 위기 상황을 세 개의 장으로 나누어, 백악관 상황실, 알래스카 미사일 방어 시설, 그리고 대통령의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처음엔 단편적으로 보였던 상황들이 각 챕터를 거치며 점점 구체화되고, 새로운 정보가 드러날 때마다 긴장감은 더욱 고조됩니다. 다만, 이 구조가 어떤 관객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같은 장면을 다른 각도에서 반복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새로움보다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
영화의 제목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작중 대통령이 남기는 인상적인 대사에서 유래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이너마이트로 가득 찬 집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핵무기라는 억지력을 믿으며 살아왔지만, 정작 그것을 사용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자조적인 고백이죠. 이 한 문장이 영화 전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일상 속에 도사린 핵 종말의 위협, 그리고 그 위협이 현실화되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무기력한지를 날카롭게 꼬집는 작품입니다.

연출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각본은 NBC 뉴스 사장 출신이자 핵 대비 전문가인 노아 오펜하임이 맡았습니다. 촬영감독 배리 애크로이드, 편집 커크 백스터, 음악 볼커 버텔만 등 검증된 스태프들이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 직후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영화 부문 3위에 올랐으며,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리얼리즘의 힘, 그리고 허무한 결말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건조하고 사실적인 연출입니다. 이 영화 역시 현직 및 전직 군 관계자, 백악관 관리들과의 광범위한 자문을 거쳐 제작되었고, 백악관 상황실을 실제로 지휘했던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자문했다고 하죠. 덕분에 영화 속 상황은 마치 뉴스를 보는 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옵니다. 이드리스 엘바, 레베카 퍼거슨, 가브리엘 바소 등 탄탄한 배우진의 절제된 연기도 이러한 리얼리즘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일부 관객들은 허무하고 끔찍하다고 평가하는 반면, 일부는 이것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라고 옹호하죠.
맺음말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전형적인 오락 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액션이나 통쾌한 카타르시스보다는, 극도의 긴장감과 무력감, 그리고 현실에 대한 냉정한 시선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죠. 하지만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특유의 건조한 리얼리즘과 사회적 메시지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핵무기와 국제 정세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더욱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을 겁니다.
112분의 러닝타임 동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 영화는, 결국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정말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볼 시간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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